[경고] 이 글은 치명적이진 않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주 이~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선지 친구를 전혀 사귀지 못하는 여주인공 미카즈키 요조라(위 일러스트의 까망머리). 그렇게 오늘도 홀로 쓸쓸히 보내던 학기초의 어느날, 그녀가 평생 사귄 유일한 친구이자 10년전 유딩시절의 친구인 남주인공 하세가와 코다카가 불쑥 그녀의 학교로 전학을 옵니다. '절친'과의 10년만의 재회에 요조라는 당연히 아주 기뻐하죠.
근데 코다카 이 답답이는 요 요조라가 자기 옛 친구인지 아님 뭔지 당최 알아채질 못채요. 대체 왜? 누가 하렘물 주인공 아니랄까봐 눈치꽝이라서? 사시가 있어서? 아님 안면 인식 장애가 있남? 오우 쉿…… 남주인공이 안면 인식 장애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러브코미디군요. 막 신나게 여캐들과 붕가붕가를 했드만 알고보니 생판 모르는 다른 여자야. 어쩔래 이거? [스쿨 데이즈] 찍을텨? 어쨌든 (다행히도) 그런 신체적 결함은 아니고요.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는…… 딱히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여백이 부족하여 적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요조라는 결심합니다. '이웃사촌부'라는 둘만의 부를 만들어 코다카랑 다시 친해지기로요. '아니 굳이 부를 만들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니 나 알제?" 한 마디면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은 접어두고 걍 봅시다. 아무튼 부를 만들면서 대외적으론 "친구 없는 애들끼리 모여서 본격 친구실습해보는 부" 라고 해두고, 코다카한테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다가 친구 없는 여자애들이 막 이웃사촌부에 가입하고, 부실에서 오덕오덕한 만담이나 하고, 이런저런 이벤트 터지고(러브코미디에 흔한 그런 이벤트 있잖아요. 바다, 여름축제, 수영장 뭐 그런거 말이에요)…… 예 뭐 이게 다예요. 뻔한 하렘물, 학원 러브코미디죠. 이후 줄거리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대롭니다.
이 '뻔한' 러브코미디 작품에서 그나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건 두 여주인공, 미카즈키 요조라와 카시와자키 세나입니다1. 일단 이웃사촌부를 만든 당사자임에도 정작 본인은 친구 만드는데에 별 관심이 없는 요조라. 얘는 어찌보면 이 작품의 주제와 그닥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다른 캐릭터들과 목적이나 '마음가짐' 자체가 전혀 틀리지요.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간 관계에 서툴러서 친구가 없는 것일 뿐, 만들기 싫어서 안 만드는건 아녜요. 하지만 요조라 만큼은 친구 사귀는 것을 '일부러' 극단적으로 꺼려하고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궁금하신 님께서 직접 보세요.
게다가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여캐들은 모두 관심 밖, 아웃 오브 안중이며, 코다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라이벌(?)일 뿐입니다(최소한 애니메이션 분량에선 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으나 수업 시간에도, 부활동 시간에도, 등교할때도, 하교할때도, 비가오나, 눈이오나, 오로지 일편단심 코다카만을 생각하고 있죠. 이건 뭐… 아주 그냥 열녀(烈女)가 따로 없으니, 조선시대였다면 아마 삼강행실도에 실렸을겁니다.
아무튼 이 두 캐릭터의 성격과 설정은 서로 대비되면서도 나름 참신하죠. 그런 설정들을 잘 써먹었더라면, 그러니까 요조라의 코다카와 다시 이어지기 위한 노력과 그로 인한 트러블, 거기에 점차 다른 친구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더라면─ 그리고 진짜로 친구를 사귀려는(무엇보다 요조라와 친해지려는) 세나의 노력을 좀더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어쩌면' 이 작품은 러브코미디로서 더 신선하고 재미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렘물 학원물 러브코미디물의 삼위일체(三位一體)답게 여러 불필요한 캐릭터가 지 할말 안할말 다 하느라 너무 난잡한데다가, 그런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을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낭비하고 있지요. 요조라는 다른 여자애들을 요래조래 배척만 하는 '썅년'으로, 세나는 그저 요조라의 독설에 울기만 하는 '피해자'로, 기타 여캐들은 장식물(?)로 표현하는 정도에 그칩니다(물론 소설판을 보면 나중에 꽤 큰 변화가 생기긴 합니다만). 게다가, 덕분에 이 작품은 아주 진부하면서도 극단적인 원패턴이 되어버렸습니다.
(뭔가 사건의 계기 발생)
요조라 : 자, 그럼 ○○○를 하도록 하자.
다른 여캐들 : 그거 좋네요.
세나 : 와아~ 나도나도!
요조라 : 꺼져라, 고기. (*세나의 별명)
세나 : 으앙~ 요조라 너무해~
그렇게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 세나도 껴서 다같이 놀러감.
이게 전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죄다 요 패턴이에요. 거기에 바리에이션으로 약간의 오덕오덕한 만담과 살짝 야시시한 장면이 삽입된 정도죠. 작가의 신념이 굳건한건지 아님 이런 패턴을 사랑하던 죽은 친구와의 약속(!)인지 뭔지는 몰라도 이 '원패턴적 집착'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물론 그 다음에 발생하는 이벤트는 모두 다르다지만 그 이벤트를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참 곱기로 소문난 제 입에서조차 "이 멍청한년들, 또야!?" 라는 단말마의 외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완전히 동일하니 도저히 공감도 안 되구요. 그래서 저는 이번엔 이렇게 목놓아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난 너무 '화가나..이'..씡!…" 이라고.
어쨌든 뭐, 작품의 내러티브는 어디까지나 원작의 영역이니까 그냥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애니의 완성도 관점에서 봐도 이 작품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애니메이션화를 맡은 AIC Build로 말할 것 같으면 원작을 1쿨 분량에 맞춰 적당히 각색하고 성공적으로 연출하여 걍 덕후, 원작 팬, 근친덕후 등 모두에게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 없어]의 애니화를 재작년 진행한 바 있는, 바로 그곳이 아니더랩니까? 헥헥. 그런데 [내여귀]와 다르게 이번 [나는 친구가 적다]는 너무 평이하게 만든데다가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원패턴 무한반복이라서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굳이 만담적 재미를 찾자면 차라리 원작 소설을 보겠습니다. 2
결론은 뭐… 그냥 러브코미디로서는 딱히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그 외엔 정말 별 볼 일 없습니다. 이노우에 마리나(요조라 역), 이토 카나에(세나 역), 후쿠엔 미사토(리카 역) 등 실력파 성우들의 불타는 연기를 빼놓고선 애니판으로 봐야 할 메리트가 전혀 없어요3. 이런 만담류의 하렘물 학원 러브코미디, 이젠 뭐 너무 흔해서 따로 내릴만한 총평이 없군요. 망작까진 아니고, '그냥 평작' 정도로 해둡시다.
- 그 외의 다른 여캐들은 이 작품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로지 캐릭터성만으로 떡칠된 그들의 행동엔 별다른 목적이나 작품의 주제의식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아요. 브라콘 여동생, 바보 로리, 여장남장여캐, 변태녀 등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하렘물의 캐릭터로서 전형적인 얘들에겐 감정 이입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덕질과 개그를 위한 '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들이지요. [본문으로]
- 덧붙여서 작화의 경우 정지된 클로즈업 컷에선 원작 작화를 꽤 잘 재현하여 예쁜 편이지만, 움직일땐 작붕과 프레임 끊김이 마구 눈에 밟히므로 딱히 칭찬할만한 수준이 못 되고요. 역시 마찬가지로 '예쁜 그림'을 보자면 차라리 브리키의 원작 일러스트를 보겠습니다. [본문으로]
- 정말이지, 이노우에 마리나와 이토 카나에는 싱크로율 200%을 자랑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연기만으로도 애니판을 볼 가치가 있다...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안 외칠겁니다. 왜? 재미 없으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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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무리까지 잘 봤습니다만 어째 나오는 애들이 그렇게 답답한지...
아니 벌써 니들은 친구지 않느냐!!!! 라는 졀규를 몇 번을 외쳤는지...
"보물 원피스는 바로 너희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쌓은 내공과 우정인 것이다!" 라는 [원피스]의 예상 결말처럼, [나는 친구가 적다]도 말씀하신 그게 결국 결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요.
"1년동안이나 부 활동을 했는데 아직도 친구가 없네"
"무슨 소리야, 우리 부원들이 이미 친구잖아!"
"!! 아앗 혼또다!!"
- HAPPY END -
그나저나 산다는건님, 어째 굉장히 오랜만에 뵙습니다 (...) 반가워요.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말씀하신 원패턴은 '코메디' 장르로서 계속 그렇게 나간것 같아요. 포인트는 결국 집어주신 부분들의 전개를 어떤 내용들로 바꾸냐만 있는것이니...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도 같은 코너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주긴 쉽지 않은 것처럼요. 물론 간간히 추파가 오고 가긴 하지요...
사실 대체로 원패턴이긴 해도, 한두권에 한번씩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분명히 있고(애니로 따지면 1화, 12화의 에피소드쯤 되겠군요), 그런 에피소드로 이야기와 '캐릭터의 성장'을 진행시키긴 합니다.
단지 제가 아쉬운 점은, 그런 가끔 있는 '특별한 에피소드들'의 사이에선 오로지 저 원패턴과 하렘물의 정석적인 이벤트로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이에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에서도 캐릭터들의 그런 설정을 더 부각시켰으면 좋았을텐데.
이제서야 다 봤는데 하신 말씀에 다 공감합니다 ㅋㅋㅋ
이미 할 거 다 하고 놀고 있는데 친구가 아니라니... 특이한 소재거리, 말도 안되는 주제인데
결국 이렇게 진행이 되어서 뭔가 휴가 동안의 시간 낭비가...ㅜㅜ
아무튼 그냥 그림예쁜 조금 특이한 코믹물이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