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소년이 있는데, 이 미소년이 알고보니 피치못할 집안사정 때문에 남장하고 댕기는 미소녀였다─ 라는 클리셰. 다른 모든 클리셰가 그렇듯 이제 이건 해당 캐릭터가 등장하자마자 "아! 얜 남장여캐구나!" 라는걸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식상해져서 재미도 없다.

이 설정이 엄청나게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쓰이는건 하렘물을 쓰는 작가들이 "뭔가 새로우면서도 비범한 여캐를 등장시키긴 등장시켜야겠는데, 남주인공과의 접점 이벤트를 따로 생각해내긴 귀찮다!"라고 생각할 때 써먹기에 좋은 설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장, 여장, TS(Trans Sexual) 등등 성 정체성이 뒤바뀐 캐릭터라면 환장하는 일부 덕후들의 수요가 있기도 하고……. 필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 뭐 그렇다고 하다. 존중이니까 취향해주자.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첫째, 학교에 어여쁜 미소년이 있더라. 아시다시피 얘는 사실 여자다. 물론, 몇개월동안 같은 반에서 생활하다보면 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게이인지 뭔지 구분도 못할만큼 인간의 인지능력이 호구는 아니다라는 리얼리티에 충실하기 위해서, 보통은 '갑작스러운 전학생'이라거나 '평범한 애들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유명인사'라는 식으로 대충 무마한다. 이것이 바로 "그 학교엔 왜 걔의 성별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 작자가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되시겠다. "클래스메이트의 성 정체성에 관한 미스테리를 차근차근 파헤쳐 나가다가 끝내 밝혀지는 충격적인 성별!"…따위의 음란탐정학원물스러운 작품이라면 모를까, 구태여 그런 의문분자를 삽입해 지면을 낭비할 필요가 없잖아?



둘째, 어느날 매우 우연하면서도 음탕한 사고로 인하여 결국 주인공 남캐에게 커밍아웃 당한다. 대표적으로 둘이 어쩌다가 부딪혀 넘어져서 가슴에 손이 닿았는데 가슴이 슬라임마냥 물컹물컹 만져지드라는 이벤트가 있다. 주인공 남캐는 그 순간 머리를 번뜩이며 "이 감촉은…? 아! 여자였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허나 얘들은 여유증이나 비만 등으로 인하여 남자의 가슴도 충분히 물컹물컹 만져질 수 있다는걸 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정말로 남자면 어쩔겨? 만질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뗄 때는 아니란다?

셋째, 남캐에게 괜히 불필요하게스리 비극적인 과거사와 가정사까지 존내 세세하게 떠벌리며 지가 남장하고 댕기는 이유를 해명한다. 아무래도 제딴엔 나름대로 자기가 남장하고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나봐. 그렇지 않고서야, "미안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어" 라고 쿨하게 대답하거나 "내 비밀을 알다니, 죽어라 시X!!"하고 남캐를 영영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의 여러가지 회피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 남장하고 다니는 까닭을 떠벌릴 이유가 없잖은가? 

넷째, 결국 모종의 사건을 거치면서 더이상 남장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남장하던 시절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존내 예쁜 여캐가 되는 것이엿던 것이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마지막으로, 가슴이 큰 여자는 남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장여캐들은 대개 빈유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이 역시, 쓸데없는 리얼리티 지향의 폐해 되시겠다). 허나 최근 방영한 [IS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샤를이라는 남장여캐. 얘는 처음 남장하고 나올땐 그냥 남자몸매였으나 막상 커밍아웃 하고나니 슴가가 D컵이 되는 기현상을 보여, 전세계 덕후들이 듀노아사(샤를네 가문이 운영하는 끝내주는 대기업)의 최신 의류 기술이 분명하다며 무척 놀라고 당황한 바 있다.

'남장여캐는 빈유여야 한다'라는 단순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이매진 브레이킹하여 엄청나게 신선하고, 엄청나게 말도 안되며(D컵 가슴을 대체 무슨 방도로 숨겨?), 동시에 음탕한 굿즈 수익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는 캐릭터를 창출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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